11편으로 교통사고 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12~14편, 앞으로 3편에 걸쳐서는 손해배상과 관련해서 문제 되는 또 다른 유형인 산업재해(산재)보상을 다뤄보겠습니다.
이번 첫 편에서는 산재가 지금까지 다룬 손해배상과 무엇이 다른지, 가장 기본적인 구조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1. 산업재해란 무엇인가?
산업재해(산재)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합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업무 때문에 병을 얻거나, 그로 인해 장해가 남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 범죄행위로 인한 경우는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됩니다.
2. 산재로 인정되려면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나?
핵심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입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흔히 업무수행성(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는가)과 업무기인성(그 업무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가)이라는 두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 봅니다.
단순히 근무시간 중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실질적으로 인정돼야 합니다.
3. 산재보상이 일반 손해배상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다룬 손해배상은 기본적으로 가해자의 고의·과실을 전제로 합니다(1편 참고).
반면 산재보험은 무과실책임 원칙을 따릅니다.
사업주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심지어 근로자 본인에게 어느 정도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생한 재해로 인정되기만 하면 산재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지금까지 다룬 손해배상과 산재보상을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4. 산재보험급여만 받으면 끝나는 걸까?
그렇지 않습니다.
산재보험급여는 근로복지공단이 사회보험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사업주나 제3자의 불법행위 책임과는 별개입니다.
만약 사업주나 제3자에게 고의·과실이 있어서 재해가 발생했다면, 근로자는 산재보험급여와는 별도로 그 사업주나 제3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즉 산재보험급여를 받았다고 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5. 산재보험급여와 민사상 손해배상, 둘 다 받을 수 있나?
다만 같은 손해를 이중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습니다.
근로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으면, 근로복지공단은 그 손해배상액만큼 보험급여 지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정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산재보험급여를 먼저 청구하고,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차액이 있을 때 민사소송으로 나머지를 청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가장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재보험급여는 사업주의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비교적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반면, 민사상 손해배상은 사업주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고 절차도 더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6. 실무에서 보는 사례
상담을 하다 보면 “산재 처리를 받았으니 회사에 더 이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줄 알았다”고 하시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하지만 안전조치 미비처럼 회사 측 과실이 뚜렷한 경우라면, 산재보험급여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특히 위자료 등)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산재 신청 자체를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곧바로 회사와 합의부터 진행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경우 절차가 꼬이면서 오히려 받을 수 있었던 보상을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7. 자주 묻는 질문
Q. 제 과실로 다친 것 같은데도 산재 처리가 되나요?
산재보험은 무과실책임 원칙이 적용되므로, 근로자 본인의 과실이 있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면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고의로 다친 경우는 제외됩니다.
Q. 회사가 산재 처리를 꺼리는데, 제가 직접 신청할 수 있나요?
네, 산재보험급여는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동의가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Q. 산재보험급여를 받으면 회사를 상대로는 아무것도 청구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에 고의·과실이 있다면 산재보험급여와는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받은 산재보험급여만큼은 손해배상액에서 조정(공제)됩니다.
※ 이 글은 관련 법령과 실무를 바탕으로 한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법률전문가와 상의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다음 13편에서는 산재보험급여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가 있는지(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유족급여 등) 다뤄보겠습니다.